개교 50주년 비전 선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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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50주년 비전 선포

우리 목포가톨릭대학교는 개교한 지 50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4,3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유아교사로서 값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교 50년을 맞는 오늘, 우리 대학은 커다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입학생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고 교육환경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재정상의 어려움과 한계는 이미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악조건은 특히 지방대, 사립대 그리고 소규모대학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은 ‘도대체 우리 대학의 존립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끝없이 자문하게 합니다. 사실 대학의 존재이유는 대학의 사명(mission)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대학 역시 설립이념과 교육목적에 우리의 사명을 ‘생명존중과 인간사랑을 실천하는 전문인 양성’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존중과 인간사랑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이미 천명하고 있는 이념입니다. 다른 대학과 다를 바 없는 사명 수행을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동기로 제시하는 것은 제 자신부터 설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명을 어떻게 구현하고 실천하는 가에 달려있습니다. 소위 우리 고유의 핵심가치의 추구가 요구되었습니다.

우리대학의 핵심가치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설립배경과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1954년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는 당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으로 목포와 광주에서 사목하고 있는 현 헤롤드 대주교님으로부터 목포에서의 의료사업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습니다. 수녀회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회원 만장일치로 헤롤드 대주교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당시 한국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1955년 한국의 GNP는 65달러로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 였습니다.
경제적 빈곤과 함께 일제강점에 이어 처참한 민족상잔의 상처를 감안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은 단연 세계 최악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한국행을 서둘러 1955년 1월 목포에 도착해서 의료사업을 시작하고 1967년 우리학교의 전신인 성골롬반간호학교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운 학교의 교훈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못박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의 가슴에는 교표를 매달게 하고 거기에 작은 소문자로 ‘어둠 속에서 그리스도의 빛이 되기 위하여’라고 새겨 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설립배경은 우리의 핵심가치 곧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수녀님들에게 당시의 우리나라는 강도를 만나 길 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도움이 절실한 이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가던 길 멈춘 채 최선을 다해 돌봐 준 착한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훗날 또 다른 사마리아인이 되기를 바라는 당신들의 마음을 대학의 가치관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이렇듯 설립정신에 새겨진 그분들의 뜻을 오늘 우리 공동체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양성하는 공동체’ 라는 선명한 비전으로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공동체는 개교 50년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비전을 더욱 구체적이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설립하신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골롬반성인을 학교의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그 성상을 구성원들이 등굣길에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추구했고 그래서 학교의 교훈으로 삼았던 가치 ‘그리스도의 사랑’을 50주년 기념석에 깊게 새겨 넣었습니다. 대학 초입에는 우리의 몰 모델인 착한사마리아인 동상을 세웠습니다.

오늘 대학의 현실에서 착한사마리아인 프로젝트는 도전이고 혁신입니다. 대학도, 학생들도 자신의 앞가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돌본다는 것은 무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던져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듯, 죽음이 부활의 선행조건이듯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처한 난국을 극복하는 특성화된 모델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착한사마리아인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비전과 인재상은 약육강식과 생존경쟁 논리에 매몰된 사회에서 더욱 빛날 것이고 차별화된 교육 모델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대학이 직면한 난국에서도 이 모델은 충분히 경쟁력있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다른 대학과 다른 학생들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저 높은 가치에 도전하는 우리 대학 공동체의 이 자신감은 우리 대학의 설립역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받은 사랑은 그 안에서 소멸되지 않고 또 다른 이웃에게 더 큰 사랑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을 체험하였고, 우리의 사랑을 전해 받은 이웃 역시 또 다른 이웃에게 더 큰 사랑을 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체험과 믿음은 우리 대학의 비전인 ‘착한 사마리아인을 양성하는 공동체’를 실현하는 추진력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사랑과 최고의 가치를 상속받은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부추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랑 꿈꾸는 여러분은, 이미 아름답습니다.’

‘최고의 가치 꿈꾸는 여러분은, 이미 최고입니다.’

2017년 11월 3일 목포가톨릭대학교 총장 이 재 술 신부